[나의 선수시절 4] 김상호, 여섯번의 수술을 이겨낸 집념의 미드필더

[나의 선수시절 4] 김상호, 여섯번의 수술을 이겨낸 집념의 미드필더

축구인 인터뷰/나의 선수 시절

2010/08/18 19:55

김상호 코치 ⓒ스포탈코리아

U-17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었던 김상호 코치(43세)는 세심한 가르침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지도자다. 김상호 코치의 인터뷰를 위해 U-17 대표팀 숙소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로비에서 만난 수비수 오재석(신갈고)이 “김 선생님 정말 좋은 분이세요. 잘 소개해주세요”하고 특별한(?) 부탁을 하기도 했고, 예전 전남 2군 코치 시절 그에게 지도받았던 백지훈(수원) 역시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었던 지도자로 김 코치를 꼽았었다. 이렇듯 조용하지만 내실있게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김 코치는 현역 시절에도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살림꾼 역할을 수행했었다. 또한 6번에 걸친 수술을 이겨내고 프로에서만 12년간 꾸준히 팀에 공헌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TV로 축구 보는 축구부원 부러워 시작 김 코치가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여느 선수들과 다를 것이 없다. 축구를 좋아했기에 시작한 것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조금 특이한 것이 있다면 TV로 축구를 보는 축구부원들이 너무 부러워서 시작했다는 것 정도. “광주 효동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죠. 70년대만 해도 TV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에 가면 교무실에서 축구부원들이 TV로 축구경기를 보고 있더군요. 워낙 축구를 좋아했기에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부러웠어요.(웃음) 그래서 4학년이 되자 축구부에 가입했지요. 지금은 효동초 축구부는 없어졌습니다.” 단순히 축구가 좋아 공을 찼던 김 코치는 축구 명문인 광주 북성중에 진학하게 됐다. 그러나 북성중에서의 축구부 생활은 반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신체조건이 너무 왜소한 것이 이유가 되어 축구부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이 때의 상황은 지금도 김 코치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북성중에 진학해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키가 137cm였어요. 축구부원 중에서 제일 작았지요. 1학년 1학기까지 볼을 찼는데,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체육부장님이 잠깐 면담을 하자고 하더군요. 갔더니 하시는 말씀이 ‘너는 볼을 찰 줄은 아는데, 키가 너무 작아서 안되겠다. 공부에 전념하라’고 그러셨지요.” “너무 충격이 컸어요. 제 생전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이야기 들을 때부터 수업도 안 들어가고 울었고, 방과 끝날 때까지 계속 울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니 어머니께서 제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시더군요. 어머니한테 키 커야 한다고 문을 잡고 있을 테니까 다리를 잡아당겨달라고까지 했어요.(웃음) 정말 절박했지요. 결국 축구를 포기하고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금호고 진학, 운명적으로 축구와 재회 축구를 포기하게 된 김 코치는 연합고사를 통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당시에는 추첨으로 고교를 배정했는데, 김 코치가 진학해야 할 학교는 바로 금호고였다. 당시 광주에는 전남체고와 숭실고, 금호고만이 축구부가 있었다. 축구와의 운명적인 재회가 이뤄진 것이었다. “연합고사를 통과해서 추첨을 했는데, 금호고였어요. 그 당시는 금호고가 개교한지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었지요. 그런데 가보니까 축구부가 있더군요. 광주에 3개밖에 없는 축구부 있는 학교였고, 더군다나 인문계에서는 유일한 팀이었어요. 운명적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지요.(웃음)” 일반 학생으로 입학한 김 코치는 일단 정식 축구부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 학생들로만 구성되었던 축구부에 가입해 축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광주 지역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도 차지했고, 금호고 축구부와 연습경기를 갖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본 금호고 김상구 감독은 김 코치에게 정식 축구부에 들어올 것을 제의했다. 김 코치의 대답은 물론 오케이였다. “감독님께서 제가 볼 차는 것을 보고 축구를 해볼 생각이 있냐고 제의하셨고, 저야 무조건 한다고 했지요.(웃음) 당시에도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가는 동계훈련부터 합류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알다시피 당시 고교 축구부는 훈련량이 많았는데, 저는 체력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3일 훈련하니까 등에 담이 오더군요. 그래서 1주일간 고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웃음)” 금호고 전성시대 열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축구를 시작한 김 코치는 2학년부터 조금씩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에 열렸던 대통령금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8강부터 경기를 조금씩 뛰기 시작했는데, 중동고와의 결승전에서 덜컥 선발멤버로 뛰게 됐어요. 첫 선발출장에다가 결승전이고, 더군다나 공중파로 생중계까지 되니까 너무 긴장되더군요. 그래서 경기 중에 중거리 슛을 한번 날렸는데, 긴장한 나머지 축구화가 골대 위로 넘어가고, 볼은 데굴데굴 골키퍼 앞으로 굴러갔던 창피한 기억도 납니다.(웃음) 어쨌든 그 대회에서 중동고를 2-0으로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어요. 잊지 못할 추억이지요.” 그리고 3학년이 되자 금호고는 화려한 멤버로 전국대회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김 코치는 동기였던 신연호(현 대구 수석코치), 김판근(현 김판근 축구아카데미 대표), 황영우(현 광주축구협회 이사), 최수용(현 금호고 감독) 등과 함께 최강 전력을 구축했고, 이들은 청소년대표팀에도 함께 뽑힐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솔직히 멤버가 너무 좋아서 전국대회를 싹쓸이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었지요. 그런데 그게 쉽게 안되더군요.(웃음) 그래도 몇 개 대회는 우승했습니다. 특히 대구 MBC 대회에서는 5경기에서 15골-3실점으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면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일본 SBS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하기도 했지요.” 박종환 감독의 청소년대표팀에 선발, 그러나 세계대회 앞두고 좌절 금호고를 졸업한 김 코치는 동기 황영우 등과 함께 서현옥 감독(현 호남대 축구학과 교수)이 이끌던 동아대에 진학하게 됐다. 그리고 이 즈음에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됐다. 당시 박종환 감독은 83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을 준비 중이었고,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었다. “1학년 때 청소년대표팀에 뽑혔는데, 21명 엔트리까지 뽑혔어요. 태릉 선수촌에서 83년 4월부터 21명으로 훈련을 했는데, 체력훈련이 엄청났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멕시코가 고원지대라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지요.” “제가 3년 정도 공백을 갖고 고2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축구를 시작했던 터라 당시만 해도 힘이 안 붙어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한테는 훈련이 너무 강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장 30바퀴를 돌면서 시작했고, 알려지다시피 고원지대에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기도 했지요.” “당시에는 체력적으로 도저히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심적으로 포기한 상태였어요. 결국 2주 훈련을 하고, 18명 최종 엔트리가 나왔는데 금호고 동기인 신연호, 김판근은 뽑혔지만 저는 제외됐습니다. 그게 너무 한이 되어서 동아대 숙소가 있는 부산 다대포에서 밤마다 개인적으로 체력훈련을 했습니다. 골대와 반대편 골대 사이를 20바퀴씩 돌았어요. 그러다보니 지구력이 늘더군요.(웃음)” 결국 아쉽게 명단에서 제외됐던 83년 청소년대표팀은 멕시코 4강 신화를 이룩했고, 김 코치는 그들의 개선행진을 지켜만 봐야 했다.

90년대 초반 포항제철(현 포항)에서 활약하던 김상호 ⓒ월드축구

초호화멤버를 자랑하던 포항에서 첫 시즌부터 자리 잡다. 동아대를 졸업한 김 코치는 1987년, 초호화멤버를 자랑하던 포항제철(현 포항)에 입단한다. 입단할 무렵만 해도 김 코치가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인 중에는 동아대 동기였던 황영우가 주목을 받았고, 무엇보다 당시 포항은 정말 국가대표급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의 포항 멤버들을 열거하자면 최순호, 박성화, 이흥실, 최상국, 박경훈, 조긍연, 이기근, 유병옥, 남기영, 윤성효, 유동관 등 끝이 없다. “당시의 포철과 대우(현 부산)는 완전히 국가대표급이었지요. 제가 입단할 무렵에는 포철 멤버가 더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저는 동기인 황영우 덕을 봤어요. 대학 때 그 친구가 워낙 출중해서 당시 포철 감독이셨던 이회택 감독님이 4학년 2월에 이미 스카웃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덩달아 포철로 오게 됐습니다.” 초호화멤버들 속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김 코치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팀에는 11명의 스타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개인보다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살림꾼의 존재는 어느 팀에나 필요한 것이었고, 김 코치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주위에 좋은 선배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팀의 중심이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지요. 선배들을 보좌하면서 팀을 위해 많이 뛴 것이 감독님께 어필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은 것도 있어요. 개막전에 벤치멤버였는데, 0-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20여분 남기고 교체로 들어갔지요. 이후에 2-2까지 따라붙었는데, 제가 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역할은 한 것 같아요. 그 때부터 감독님이 잘 보셨는지 선발멤버로 많이 넣어주셨지요.” 김 코치는 입단 첫 해에 29경기에 나왔고, 그 중 22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릴 수 있는 역할이 아님에도 3골-1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프로 데뷔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후에도 김 코치는 꾸준했다. 다음 해인 1988년에는 초반 무릎부상을 딛고, 포항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공헌을 세우며 K리그 베스트11에 선발되는 영광을 맛봤다. 또한 1991년에는 36게임에 나와 5골-6도움의 호성적을 거두면서 최고의 한해를 보내기도 했다. “89년부터 대표팀에 뽑히고 그러면서 한 단계 성숙해졌던 것 같습니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지요. 그러다보니 리그에서 경기도 많이 뛰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어쨌든 K리그에서 12년을 뛰면서 나름대로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은 자부심으로 갖고 있습니다.” 월드컵대표팀 선발, 그러나 부상으로 이탈리아 월드컵 출전 좌절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김 코치는 1989년, 드디어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회택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애제자인 김 코치를 불러들였고, 1989년 10월에 있었던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참가했다. 김 코치로서는 새로운 전환기였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시작된 지겨운 부상 악몽은 김 코치의 꿈을 앗아갔다. “최종예선에서 경기도 뛰었고, 월드컵 출전권도 획득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결혼도 했고요. 최고의 순간이었지요. 그런데 90년 초에 있었던 대표팀 합숙훈련에서 발목을 다쳤어요. 해외 전지훈련에는 따라갔는데, 발목을 다친 상태라 훈련도 제대로 못했고, 돌아와서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지요.” “그 때만 해도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젊었으니까요. 그런데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너무 아쉬워요. 월드컵에 나가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결국 김 코치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위한 대표팀에는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남북 통일축구에서도 남측 대표로 뽑혀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경기를 갖기도 했다. “평양을 방문했다는 것, 북한 선수들과 우정을 나눴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정말 감격적이었지요.” “그래서 남북통일축구는 제 기억 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3경기 중에 하나가 됐지요. 첫 번째가 금호고 시절 대통령금배 결승전에서 축구화가 날아간 것이었고, 두 번째가 남북통일축구, 세 번째가 은퇴경기입니다.”

90년대 포항제철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냈던 김상호 ⓒ월드축구

거듭된 부상 악몽, 6차례의 수술과 복귀 1988년 무릎수술을 시작으로 김 코치는 현역에 있을 동안 여섯 차례의 수술을 받게 된다. 스포츠 선수에게 부상과 수술은 가장 큰 시련. 그것을 한번도 아니고 여섯 번이나 겪었다는 것은 정말 악몽과도 같은 일이다. “제가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88년에 무릎수술을 받은 뒤에 부상이 없었는데, 91년에 조금 무리해서 많이 뛰었고, 92년 초에 9경기를 풀타임으로 계속 뛰었어요. 그러다가 5월 하순에 십자 인대가 끊어졌습니다. 그 때부터 매년 수술을 받아야 했지요.” “처음에 국내병원을 찾아갔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국내병원이 스포츠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결국 연골제거만 하고, 일본 스쿠바대 병원으로 가서 거기서 수술을 했습니다.” 치명적이라 생각했던 십자 인대 수술을 마치고 재활에 몰두했던 김 코치는 1년여 만에 완벽한 몸으로 K리그에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성남과의 경기에서 김 코치는 또 한번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을 맛본다. “성남전이었는데 당시 박종환 감독님이 저한테 (신)태용이를 맨투맨으로 붙이셨어요. 저는 고참이었고, 태용이는 한창 혈기왕성할 때였지요. 그런데 경기 중에 저를 마크하다가 태용이가 태클을 했는데, 수술했던 부위에 걸렸던 거예요. 순간적으로 꺾여지면서 또 십자 인대가 끊어졌지요. 생각해보니 일본에서 3번, 한국에서 3번 수술을 받았어요. 88년에 1번, 92년과 93년에 각각 2번, 94년에 1번이었습니다.” 그래도 김 코치는 ‘포기’라는 단어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재기하겠다는 일념만으로 그 힘든 재활훈련을 모두 소화했고, 매번 오뚝이처럼 재기할 수 있었다. 아직도 김 코치의 무릎에는 수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상흔을 볼 때마다 김 코치는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고 한다. “오직 재기하겠다는 생각 뿐이었지요. 재활 프로그램도 의사가 큰 틀을 주면 세부적인 것은 제가 짰어요. 당시에는 재활 트레이너도 없었거든요. 혼자 오전 오후에 걸쳐 웨이트 트레이닝, 수영, 조깅 등을 단계적으로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훈련해서 재기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자신이 정말 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또 봉침으로도 치료 효과를 많이 봤어요. 4년간 봉침을 맡았는데, 무릎이 붓거나 하면 봉침을 맞아요. 그러면 가라앉고 부드러워지더군요. 지금도 무릎이 시큰거리거리는 등의 후유증 없이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남으로 이적, 마지막 불꽃을 태우다. 94시즌을 끝으로 김 코치는 8년간 젊음을 불태웠던 포항을 떠나 신생팀 전남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새로 창단한 고향 팀에서 마무리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많이 배려해줬지요. 팀에 공헌도가 있으니까 제가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뛰지 못했을 때도 연봉을 동결해줬고요. 그러다가 95년에 전남이 창단됐는데, 제 고향이 광주이다보니 고향에서 마지막 선수 생활을 보내고 싶더군요. 그래서 포항의 양해를 받아 전남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95년부터 전남의 유니폼을 입고 뛴 김 코치는 97시즌까지 3년간 매년 20경기 이상씩 소화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리고 1998년 6월 6일, 현충일에 전남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퇴경기를 치른다. 12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전남으로 옮겨서 4년간 뛰면서 한번도 몸에 이상이 없었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요.(웃음) 그 때부터 축구가 더 재미있었고, 축구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더군요. 그리고 98년 현충일에 있었던 수원전이 은퇴경기였는데, 1골을 넣어서 의미 있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자로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김상호 코치 ⓒ스포탈코리아

선수들이 따르는 지도자로 은퇴 이후 전남 구단의 배려로 김 코치는 6개월간의 해외 지도자 연수를 다녀오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호남대 코치로 부임, 동아대 재학 시절 스승이었던 서현옥 감독을 도와 전국대회 우승에 일조하기도 한다. “전남의 배려로 잉글랜드에서 3개월, 스페인에서 3개월간 지도자 연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후에 서현옥 감독님을 도와 호남대에 1년간 코치로 있었는데, 그 때 호남대가 창단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었습니다. 보람 있었지요.” 호남대에서 1년을 보낸 김 코치는 2000년 7월, 대한축구협회(KFA) 전임지도자에 선발되었고, 1년 후인 2001년 12월에 이회택 감독이 전남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코치로 일하게 됐다. 그리고 2004년까지 전남 2군 코치로 있으면서 김 코치는 젊은 선수들이 따르고 존경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백지훈(현 수원) 같은 선수도 인터뷰를 통해 “어려웠던 시절에 김상호 코치님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지훈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로서는 감사하죠.(웃음) 당시 전남 2군에는 어리지만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어요. 기술은 좋은데 어리다보니 경기운영능력 등에서 부족했었죠. 그런 부분을 키워주기 위해 힘썼고, 2군 경기도 재미있게 치렀습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마웠고요.” 그렇게 2004년까지 전남의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던 김 코치는 2005년, 박경훈 감독이 이끄는 U-15 대표팀(현 U-17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게 되어 다시 KFA에서 일을 하게 됐다. U-17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향해 2년 8개월간 뛰었던 김 코치. 대회가 마감되면서 그 감회도 새롭다. “대표팀 코치로 오게 되면서부터 보고서를 꾸준히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들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 대회를 계기로 유소년 축구의 저변확대나 선진적인 유소년 시스템의 도입 등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과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적었지만, 한국축구가 세계로 도약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니까요.” 이제 U-17 월드컵을 마친 김 코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성실하고 노력하는 지도자이기에 앞으로도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지도자로서의 최종목표는 역시 프로팀 감독이겠죠. 대표팀이야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오니까 그 몫은 후배들에게 넘기고, 저는 프로팀 감독을 목표로 삼겠습니다. 더 먼 훗날에는 다시 한번 유소년 쪽으로 내려와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키워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이상헌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07년 9월호 '나의 선수 시절' 코너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