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극장가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축구 관련 영화가 나왔다. 2006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비상’을 제작해 유명세를 얻은 축구 다큐멘터리 전문 임유택 감독이 만든 ‘누구에게나 찬란한’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 주인공은 정말 축구를 하고픈 아이들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아이들이 ‘희망 FC’라는 조그마한 유소년 클럽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야기다. 가난이라는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는 아이들이 필드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은 물론 현실에 좌절에 도중에 축구를 그만두려는 모습도 나온다. 꿈을 향한 아이들의 도전이 여과없이 그려져 있는 이 영화는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영화를 접하면서 대한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이 영화를 소개해줬으면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영화가 성공해야 축구를 통한 문화 컨텐츠도 동반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개인적으로 이 팀과 인연이 있어 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남 FC 전력강화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유소년 클럽 축구 대회가 많이 열리는 전남 강진에서 이 팀을 우연찮게 만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희망 FC의 모체는 경남 고성군 연화산도립공원 옥천사 청련암 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인 ‘보리수 동산’에 머무는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팀인 ‘동고성 FC’다.
사회복지사로 재직하던 박철우 감독의 지도 아래 어려운 여건에서도 유소년 클럽 무대에서 제법 두각을 나타나고 있었는데, 당시 강진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 클럽대제전’을 통해 어린 친구들의 실력과 열정에 깜짝 놀라 도와주고 싶었다. 영화에서 아이들이 경남의 유니폼을 입고 필드를 누비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사연 때문이다.
그냥 물품만 지원해주는 게 아니었다. 희망 FC를 통해 연고지내 유소년 저변 확대는 물론 한창 토대를 다지고 있던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한축으로 삼으려 했다. 당시 희망 FC를 U-12, U-15팀으로 세분화해 운영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희망 FC 출신 선수는 최소 한 명 이상 경남 U-18팀인 진주고에 올리려고도 했다. 이 선수들의 기량이 좋든 나쁘든 U-18팀에 넣으려고 했는데 이유가 있다. 그 선수가 착실하게 발전해 프로 무대에서 경남의 유니폼을 입게 되면 어려운 여건에서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을 아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진주고 3학년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이 희망 FC 출신인데 무럭무럭 성장해 프로 선수, 나아가 대표 선수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물론 아쉬움도 존재한다. 영화의 막바지에 언급되지만 이 희망 FC는 지금은 없는 팀이 되어버렸다. 경남과 인연도 끊긴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당시 구단 체계와 지금의 구단 체계가 다르다. 사람이 바뀌다보니 정책 방향도 바뀌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희망 FC 뿐만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한 사업이 구단 체계의 변화로 도중에 백지화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 J리그 명문 가시마 앤틀러스는 ‘KA 41’이라는 프로젝트를 세워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KA는 가시마 앤틀러스의 이니셜이며 41은 2041년을 뜻한다. 즉 가시마가 구단 발전과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2041년까지 추진해야 할 계획들이라는 뜻이다. 우리네 프로 무대에서 비슷한 정책을 꼽으라면 FC 서울의 ‘퓨처 오브 서울(Future of Seoul)’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이런 계획을 세운 이유는 딱 하나다. 시간이 흐르면 선수와 감독은 물론 행정을 담당해야 할 프런트도 바뀐다. 이들도 사람이 바뀌면 팀의 운영 방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계획을 만든 것이다. 아무리 사람이 바뀌어도 추진해나가야 할 정책을 설정해 계승하고 발전시키도록 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 희망 FC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점이 안타까웠다. 팀이 없어진 이유에는 외부에서는 모를 여러 가지 내막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듬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경남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 구단들도 장기적 안목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구단 수뇌진의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 사무국장)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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