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죽음" 마사다 요새

수도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초토화되었으나 유대 반란세력이 완벽히 진압된 것은 아니었다. 반란 초기였던

AD 66년 유대인 열심당(Sicarii) 960명은 유대 남부 마사다 요새의 로마 부대를 제거하고 그곳에 근거지를 마련하였다. 이들은 예루살렘 멸망 후에도 저항을 계속하였다. 요새 정상에 가로 275미터에 세로 400미터의 넓은 구역이 있는 마사다는 표면보다 400미터나 높이 솟아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BC 30년경 헤롯 대왕이 이 요새 위에 화려한 목욕탕과 연회장을 포함한 별장을 건설했으나 그의 사후 로마군의 요새로 바뀌었다.

 '마사다'는 성경 시편의 "야훼는 나의 요세"라는 구절에 등장한다. "요새"라는 단어가 바로 히브리어로 '마짜다(마사다)인 것이다. 일반적인 요새를 뜻하기도 하지만 고유명사로서 유대 남부의 마사다를 지칭하기도 한다.

 AD 72년 실바(Flavius Silve) 장군이 지휘하는 로마 10군단은 마사다 정복을 위해 숙영지(camp)를 세웠다. 그는 일반적인 전략으로는 도저히 이 요새를 정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마사다 옆면에서 정상까지 올라갈 공격용 경사로(rampat)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산허리 비탈길이 아니라 사실상 옆에 거대한 산을 만들어 쌓는 것이었다. 마사다 위의 유대인들은 이 공사를 방해할 수 없었다. 동원된 인부 다수가 동족 유대인 포로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로마군은 상승 경사로를 완성시켜 본격적인 침투만 앞두게 되었다. AD 73년 봄 로마의 공격 하루 전 마사다 요새의 960명 유대인들은 한 자리에 모였다. 그 밤에 지도자 엘르아잘 벤 야일(Eleazar ben Yair)은 감동적인 역사적 연설을 하였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우리는 결코 로마의 노예가 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노예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로마에 대항한 첫 집단이었고 또 마지막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아직 용감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우리의 축복입니다. 분명 하루 안에 이 요새는 함락될 것이지만 아직 영광스럽게도 모두 함께 자결할 기회가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재앙은 우리의 큰 죄에 대한 하늘의 진노입니다. 그러므로 로마의 처벌을 받지 말고 우리 손으로 자결하여 이 징계를 받읍시다. 우리는 식량이 부족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속박이 아닌 죽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Flavius Josephus, War of the Jews. 7.8.7)

 유대인들은 서로 가족들을 껴안고 울었다. 그리고 960명은 제비를 뽑아 죽여 줄 사람을 10명에 하나씩 정하고 이들에게 목숨을 맡겼다. 마사다 항쟁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2명의 여인과 5명의 아이들은 살려두었다. 다음 날 요새에 올라간 로마 군인들을 맞이한 것은 이 급진파 유대인들의 주검들이었다.

 단 960명의 잔당을 처단하기 위해 10배나 되는 군대를 동원한 로마인들이나 이에 항거하여 집단 자결로 종막을 고한 유대인들이나 모두 대단한 근성의 민족들이었다. 마사다는 버려진 장소가 되었고 300년대 이후에는 수도사들의 기도 장소가 되었다. 마사다의 최후는 유대 나라의 최후였으며 이후 속국 신세도 못 되었다.

 지난 1,900년 동안 마사다 항쟁은 단지 전설로만 여겨져 왔으나 1963년 이스라엘의 거장 고고학자 이가엘 야딘(Yigael Yadin)이 유적을 발굴함으로써 세상에 그 역사적 자취를 드러내었다. 28구의 남은 유골들이 발굴되었고 옷과 유물의 연대측정 결과 바로 유대 전쟁 시기 즉 AD 70년경으로 분석되었다. 현대 이스라엘의 군인들은 신병교육을 마치고 마사다에 올라 조국 수호를 맹세하며 구호 제창 의식을 행한다. 1967년 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의 '6일 전쟁(Six-Day War)의 영웅이며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모세 다얀(Moshe Dayan. d. 1981) 장군이 그 의식을 시작했는데 구호는 다음과 같다.

 "마사다는 결코 다시 함락되지 않으리라"(Masada shall not fall again.)

모세 다얀(이스라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