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위대한 교부들과 사상들/ 오리겐과 "선한 사마리아 사람"

초기 기독교의 천재적 교사는 바로 오리겐(오리게네스)이었다. AD 202년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 박해 시에 그의 아버지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처형되었다. 오리겐도 함께 순교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이후 집안의 모든 재산은 몰수당했고, 남은 9명의 식구들은 극도의 가난에 처했다. 플라톤 철학을 공부했던 오리겐은 받고 수도사가 되었으며 이후 매일 성서 연구에 집중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스승 클레멘트의 학당을 맡아 운영하며 뛰어난 교사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오리겐은 안티오크에서 알렉산더 세베루스 황제의 어머니 휼리아 마마이아에게 특강도 하였다.

 오리겐은 충격적이게도 천국을 위해 스스로 거세까지 하였는데 유혹을 이기려는 고행의 극단적 방법이었지만 이는 목숨을 건 위험한 행위였다. 알렉산드리아 주교 데메트리우스는 오리겐의 난해한 기행과 뛰어난 지성, 강직한 태도를 싫어하여 그를 영구히 추방하였다. 오리겐은 이스라엘 해안도시 카이샤라에서 주로 여생을 보냈다.

 당시 가장 인기를 끈 사상은 헬라철학이었으나 오리겐은 기독교 사상을 헬레니즘 이상의 사상으로 끌어 올렸다. 그는 하나님이 제1원리이며 그리스도가 만물의 근원인 로고스라고 가르쳤다. 또한 철학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며 철학은 질문이며 성서는 대답이라고 했다. 오리겐은 성서가 단순한 옛 이야기 책이 아닌 영적이고 비밀스런 교훈들이 숨어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알레고리 해석 즉 우의적 해석이 그에 의해 확산되었다. 사실 오리겐의 우의적 성서해석은 구약의 영적 교훈을 드러냄으로써 당시 구약을 유대인들의 책이나 저급한 고대 신화로 폄하한 입장들을 반박한 것이었다.

 이것이 실상 우이적 해석의 큰 공헌이었다. 당시 이 해석에 대한 주요 대적들은 유대인들과 이단들이었다.

오리겐의 우의적 해석은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해석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비유는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여행하다 강도의 공격으로 쓰러져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유대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냥 지나쳤지만 한 사마리아인은 다가가 상처를 싸매주고 말에 태워 여관에 데려가 동전 두 개를 지불하고 돌보아 줄 것을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오리겐은 이 비유가 인간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선행을 하는 실제적인 교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는 성서 전체의 구원 역사를 품고 있다고 보았다. 그 비유에서 행인은 인류를, 강도는 사탄을, 제사장은 율법을 상징하며 또 선한 사마리아인은 바로 예수를, 여관은 교회를 다시 오는 것은 재림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오리겐은 멸망에 처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인 예수께서 세상에 오셨다는 비유라고 해석했다.

 사실 이런 해석은 오리겐 이전에도 있었으나 성서 전반에 우의적 해석을 가장 깊게 적용한 인물은 오리겐이었다. 한편 오리겐은 교회를 예전 중심에서 성서 중심으로 바꾼 인물이었다. 그러나 인간 영혼이 출생 전에 이미 선재한다는 주장이나 만인이 종국에는 신적 사랑으로 다 용서받는다는 만인구원설 등 그의 일부 주장들은 후에 배척되었다.

 AD 250년 로마에 전염병이 돌자 데키우스 황제는 그 원인을 기독교인들에게 돌렸다. 많은 신자들이 처형되었고 연로한 오리겐도 이때 모진 고문을 받고 253년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